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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강아지풀, 먹을 수 있을까?

neun_dal 2023. 8. 30. 12:16

간지럼 태우기용으로 썼던 강아지풀. 요즘엔 토끼로 변신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적당한 크기의 강아지풀을 요래요래 묶으면 짠! 귀여운 토끼가 되는 거다.

왜 강아지 풀이지?

생김새가 딱이라 얻은 이름이란다. 우리만 그렇게 부르는 게 아니었다.

강아지풀이란 이름 말고도 개꼬리풀이라고도 불렸고 한자로는 구미초(狗尾草)라고 했단다.

영어로는 폭스테일(foxtail). 여우 꼬리에 빗대어 불렀고 일본에서는 우리처럼 개꼬리풀이라고

불렀는데, 재미있는 게 네코쟈라시(ねこじゃらし·猫じゃらし) 또는 이누쟈라시(いぬじゃらし·狗じゃらし)라 해서

고양이나 개의 장난감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여름에는 연한 초록의 보들보들한 덩어리였던 것이 바람이 선선해지기 시작하면

제법 단단하게 무장하기 시작한다. 자세히 보면 그 가시털옷 사이 알알이 여문 씨앗들을 지키고 있는 거다. 

 

역사를 처음 배울 때 늘 외워야 했던 신석기 시대의 대표적인 작물인 조, 피, 수수. 

셋 가운데 수수가 가장 친근했고, 조는 좁쌀이라는 이름에 밀려 알면서도 모르는 상태로 지내다가

우연히 읽은 글을 통해 같은 작물 다른 이름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가운데 자리의 피는 당췌 그 정체를 모르다가 한참이 지나 논벼 사이 삐죽하니 솟아난

잡초 이름이 '피'라는 사실에 신기해 했다. 신석기 시대 주요 작물에서 이제 별볼일 없이 버려지는 '피'.

궁금해서 이삭 하나를 훑어 깨물어 본 적이 있다.

피가 아니라 내 이가 깨져 나갈 듯 단단했다. 

얼마 전 강아지풀이 조(좁쌀)의 조상이라는 글을 읽었다. 더불어 어릴 적 강아지풀을 뜯어다가

복슬한 털을 헤쳐 그속에 든 알갱이를 모아 소꿉놀이에 썼던 기억이 났다. 마침 집에

조금 남아 있는 좁쌀을 꺼내 본다. 

오호라! 진짜 비슷한데?!

나름 약성도 있어 상처나 피부질환에도 쓰이고 안과 질환에도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강아지풀은 조의 조상답게 구황작물로 이용되기도 했다 한다. 이삭을 털어내어 밥을 

지으면 조밥처럼 구수하다고 한다. 

늘 부드럽고 오동통한 쌀밥에 길들여진 나의 혀가

까슬한 조밥, 강아지풀밥을 구수하다고 여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