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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보라색이 너의 정체,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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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un_dal 2023. 9. 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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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여름방학에 시골 할머니 댁에 가면 텃밭에 늘 있던 가지.

참외가 더디 익어 딸 만한 게 없을 때면 슬쩍 텃밭 한쪽으로 조르르 심어져 있던 가지 나무를 곁눈질한다.

억센 가지잎과 줄기 사이로 가시를 숨겨 두고 피는 보라색 꽃은 또 어찌나 이쁘던지... 하지만

내 눈길과 손은 꽃보다는 여린 보라색 덩어리에 달라 붙는다.

어린 손바닥 반만한 덜 여문 가지를 톡 따내어 우물물에 씻어 와사삭 베어 물면

아릿하면서 달큰한 맛이 좋았다. 할머니의 타박은 양념이다. 

 

한여름에 찾는 음식으로 냉국만한 것이 없다.

냉국 중  오이와 미역이 가장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재료이겠고, 가지 역시 빠지지 않는다.

얼마전까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가지 요리법 두번째 순위를 당당하게 차지했었다.

첫번은 당연 찜기에 살폿 찌고 젓가락으로 죽죽 찢어 집간장, 식초, 고춧가루 살짝 둘러 무치는

가지무침이다.

최근에는 납작납작 썰어서 기름없이 팬에 구워 양념장 얹어 먹는 게 좋아졌다.

 

기록을 보니 신라시대 때부터 재배했다는 기록이 있단다. 대단한 가지.

우리가 먹는 열매만이 아니라 꽃도 꽃받침도 잎과 뿌리도 다 약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가지의 항암력은 꽤 널리 알려졌나 보다. 

이제 9월이라지만 가지는 아직 끝이 아니다. 따뜻한 나라에서는 일년내내 자라기도 한다니

다음에는 바질과 함께 실내에 들여놔야 겠다.

아니, 비닐하우스를 작게 만들어야 할까? 일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