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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진실, 까마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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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un_dal 2023. 10. 23.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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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길에서 흔히 만나는 간식거리였던 까마중.

사실 그때는 정확한 이름을 몰랐다.

'때꼴''깨꼴' 비슷하게 부른 것 같다.

다시 찾아보니 '때꼴'은 '까마중'의 충청도  사투리라고 한다. 

꽃말도 예쁘다. '단 하나의 진실.'

어린 시절 까마중과의 기억은 유독 선명하게 짧은 필름처럼 남아있다.

늦여름 이른 아침의 들일을 마치고 들어오신 할머니와 시원한 냉국으로 점심을 먹고

너른 대청마루에서 옥수수 한자루를 야무지게 후식으로 먹었다.  그러고 잠시 있노라면

어느새 눈이 감기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호다닥 잠이 깨어 보면 큰집에 혼자 남겨져 있었다.

더 어렸을 때는 동네가 떠나게 울어 제꼈지만,

일곱 살 그 여름엔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 엉덩이를 움찔움찔 마루 끝으로 밀어

야무지게 신발을 챙겨 신었다.

호기롭게 대문 밖으로 나서서 할머니가 계실 밭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아랫 집 담벼락이 끝나가고 한없이 넓고 기다랗게 풀어진 길을 따라 타박타박 걷노라면

그제 오후 할머니와 커다란 참외를 땄던 밭자락이 나온다.

참외밭을 따라 오른쪽으로 난 길이 지리해 질 무렵,

나는 내 키만큼 자란 까마중 나무와 만났다.

그제도 분명 이길을 지났던 듯 한데 그때는 못 봤는데....

반질반질 탐스럽게 까만 진주알같은 까마중이 주렁주렁 달렸다.

한송이 꺾어 그대로 입에 넣으려다 못 넣고

알맹이만 토도독 따 본다.

절반은 흘리고도 손바닥에 한가득 쥔 열매를 한번에 털어 입에 넣고 씹었다.

새콤달콤아릿!

두어 주먹 따서 먹다가 달랑 두 개 있는 반바지 주머니에 담기 시작했다.

주머니가 너무 작아 나무에 달린 까마중을 다 담지 못해 조바심이 났다. 

결국 웃도리 앞섶에까지 욕심껏 열매를 담고 거북이 보다 느린 조심스런 걸음으로 

할머니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떼어 걷는다.

짐작대로 고추밭에 계신 할머니를 보자 나는 어느새 토끼가 되어 날아간다. 

애써 따담은 까마중 열매도 신나게 날아간다. 

그래도 다행이다.

주머니에는 조금 으깨졌지만 잘 익은 까마중이 남아있다.

 

내가 까마중을 다시 만난 건 변두리 도시의 공터에서였다. 온갖 쓰레기 더미 옆을 지키고 있었다. 

역시 잘 익은 둥근 열매를 달고 있었지만 아무도 먹으려 하지 않는 아니 못 먹는 열매가 되어있었다. 

이제 조금씩 '까마중'에 대한 기억들이 돌아오는 지 생태 숲 관련 글이나 활동 중에 종종 만나게 된다. 

까마중은 생각보다 힘이 쎈 친구다.  

항암력이 아주 쎈 약초중 하나라 이미 암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다고 한다.

지난 주 감나무 아래 한 포기 자라던 까마중.

얼른 다시 보고 싶다. 다음에 가면 까만 열매를 달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