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센티 정도의 키에 잎은 제법 풍성하게 달린 어린 너를 데려와
10년의 시간을 함께 했다.
너의 형제 둘은 나의 부주의함에 우리 곁을 떠났다. 그래도 네가 남아
8년 만에 첫 꽃을 피워내고 열매를 맺어 주어 참으로 기뻤다.
하얀 꽃몽우리를 처음 본 날, 사진을 찍어 여기저기 자랑을 했지.
숨죽여 꽃잎이 펴지기 기다리다 지루해질 쯤 우다다 피워낸 향기에 취했다.
오래전 맡았던 난향인 듯 쌉쌀한 커피향이 신기했지.
혹시 몰라 붓으로 살살 어루만져 준 덕인가. 너무 예쁜 초록 콩들이 달리고
통통하니 살이 오르느가 싶더니 어느새 빨갛게 익어 가는 걸.
보는 내내 행복했다.
추운 겨울의 이사에 무성했던 잎을 다 떨궜을 때는 이제 너마저 보내야 하나보다
체념도 했었다. 그럼에도 선뜻 자리를 비워내기 아쉬워 앙상한 가지만 남은 너를
거실 한 편에 그저 동그마니 놓아 두었다. 섭섭할 만도 한데 너는 그 자리에서 다시
초록잎을 꿋꿋하게 피워냈지. 추위에 얼어 떨군 잎들은 아무렇지 않았다는 듯
뿌리와 가지는 여전히 단단하다 자랑하듯 너는 그렇게 다시 네 모습을 찾아갔다.
하지만 더위는 한번 더 네 모습을 초라하게 만들었지. 바람길이 달라져 뜨거운 열을
감당하기 어려워 여기저기 신호를 보내던 너를 돌아보지 못했다. 다시 온몸의 잎을
떨구어내는 너를 보고 그제서야 아차차 법석을 떨었지.
올 봄,
지난 봄 피워냈던 셀 수 없이 많았던 꽃들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단촐하게 피워 낸
꽃이 지고 여름이 다가는 지금 그 꽃자리에 초록 열매가 달리었다.
하나, 둘, 셋, 넷....
네 알의 붉은 열매를 만날 수 있기를...
네 붉은 의지를 잊지 않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