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겹도록 아련한, 메밀꽃
사람마다 다르겠지.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참으로 귀하디 귀할테고 누군가에겐 더없이 지겨울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지겹지만 귀할 수 있고. 그리고 아무런 관심도 없을 수도 있지. 수십년도 전에 글로 온 국민을 혹하게 만든 꽃. 메밀. 몇해 전에 또 한 번 온 국민을 홀렸내었었지. 난데없이 메밀밭에서 청혼하기가 꿈인 이들도 생겼다더라. 내게 메밀꽃은 교과서에서 시험지의 길고 긴 지문 속에서 너무 자주 만났던 좀 많이 지겼웠던 꽃이다. 물론 첫만남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그때는 좀 어지러웠던 듯하다. 한번도 본 적 없고 그 향을 맡을 일 또한 없었던 시절, 그저 교과서 속 글줄에서 맡은 향만으로 취했었다. 찐 도시인이었던 이효석, 대단하긴 하다. 글 속에 지금도 가려면 한참인 봉평 산골의 메밀꽃향을 숨겨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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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9. 17.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