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끝을 장식하는 보라꽃, 맥문동
아파트 화단에만 있는 풀인줄 알았다. 처음에는 꽃피는 것도 몰랐다. 좀 다른 종류의 긴풀 잔디라고 생각했다. 서울 한복판 건물 숲 사이 소나무 아래 수북수북 잎 사이로 보라꽃이 가득한 군락을 만났을때, 한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종의 식물인 줄 알았다. 새초롬하게 깍은 단발머리 소녀같은 모습이 눈에 남았다. 이름도 모르는 소녀를 추억하는 머슴아처럼 나는 아주 가끔 '그 풀떼기'를 떠올렸다. 그러다 지인의 오래된 아파트 화단에 초록잎 사이 가득한 보라꽃, 바로 그 아이를 만났다. 그때야 비로소 나는 그 풀의 이름이 '맥문동'임을 알았고 이후 맥문동과 나와의 인연은 드문드문 이어졌다. 늦가을 보라꽃이 진 자리에 까만 서리태같은 열매가 매달렸을 때, 나는 또 몰라 보았다. 시원스런 잎들 가운데 동글동글 반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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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28. 21:30